"혹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 축구 선수..." 취재를 마치고 굿우드 본사에서 온 영국인 직원에게 진부한 질문을 던졌다. 토트넘 소속으로 영국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 선수에 대한 질문이었다. 손흥민 선수는 지난해 롤스로이스 던을 협찬 받은 적이 있다.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돌아온 그의 대답은 기대 이상이었다. "손흥민 선수 말인가요? 런던에서 꽤나 유명합니다." 한국 국가대표 주장의 유명세는 나를 소위 말하는 '국뽕'에 취하게 만들었다.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셰익스피어, 처칠, 비틀즈, 숀 코네리, 해리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제외하더라도 '쇼비니즘'을 유발하는 요소들이 넘치는 영국에서 지구를 대표하는 궁극의 럭셔리로 통하는 롤스로이스는 영국인들에게 강력한 '국뽕'을 유발시키는 존재가 아닐까.
얼마 전 서울 청담동에서 진행된 특별 전시회 '더 에이스 원더(The 8th Wonder)'에서 롤스로이스는 자동차 제작 비밀과 독창성, 브랜드만의 고유 철학, 장인정신, 비스포크 등을 소개하며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원동력을 소개했다.
현존하는 세계 7대 불가사의에 롤스로이스의 '환희의 여신상'을 더해 8대 불가사의라는 의미를 내포한 전시회는 Inspiration(영감), Artistry(예술성), Dedication(헌신), Discernment(엄선), Craftsmanship(장인정신), Precision(정밀함), Refinement(품위), The icon of icons(아이콘 중의 아이콘) 등 총 8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모든 롤스로이스 차량은 고객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고객의 비전을 현실로 만든다. 단순한 구현을 넘어 차량 곳곳을 이동식 갤러리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이러한 과정은 '완벽함에는 지름길이 없다'는 원칙에 따라 세심한 작업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도어의 경우 5시간 동안 수작업 검사를 거쳐 분당 2,200회 회전하는 양털 클리너를 이용해 연마 처리를 한다.
헌신적인 작업 과정은 내부를 구성하는 소재에서도 엿 볼 수 있다. 롤스로이스는 최상의 소재를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우드 전문가들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완벽한 베니어 생산을 위한 나무들을 직접 선별한다.
차량 1대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60명 이상의 장인들은 450시간 이상 작업에 몰두한다. 특히 비스포크의 마지막 단계인 차량의 코치 라인 페인팅의 경우, 장인 1명이 6m 길이의 라인을 수소와 다람쥐 털로 만든 붓으로 직접 칠한다.
"저는 실수하지 않습니다. 롤스로이스에서 일하기 때문이죠" 코치 라인 페인팅을 담당하는 마크 코트는 흠집 없는 완벽함을 구현하는 장인정신을 간략하게 설명했고 자연스럽게 납득이 갔다.
100년 이상 이어져온 전통과 혁신의 조화 속에서 이러한 장인정신은 빛을 발한다. 지난 5월 롤스로이스는 샴페인 체스트를 공개했다. 약 5,000만원에 이르는 가격만큼이나 자동차에 한정됐던 럭셔리의 범위를 확대해 큰 화제가 됐다.
가빈 하틀리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책임자는 "고객에게 항상 집중하고 그들의 니즈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제작되는 액세서리는 단순한 물건이 아닌 오직 1명을 위한 솔루션"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과정과 그 과정 속에 숨겨진 철학이 시각적으로 구현된 것이 바로 환희의 여신상이다. 그야말로 완벽한 엔지니어링의 경이로움과 예술적 성취의 정점이다.
로즈마리 미첼 롤스로이스 아시아 태평양 북부지역 홍보 매니저는 인터뷰에서 "롤스로이스는 단순히 비싸기만 한 차가 아니다"라며 "고객이 원하는 것을 실제로 구현해 특별함을 더하는 차"라고 말했다.
로즈마리 미첼 매니저는 지난해 롤스로이스가 전 세계적으로 판매한 차량이 4,000대 정도라고 말했다. 그 중 한국에서 번호판을 달고 도로 위에 군림한 롤스로이스 차량은 140대다.
이처럼 소수에게만 허락된 특권은 롤스로이스에 대한 열망을 자극한다. 이날 한국 최초로 공개된 전 세계 25대 한정판 모델 '팬텀 트랭퀼리티'는 희소성에 바탕을 둔 브랜드의 특별함을 직접 엿볼 수 있게 했다.
리드 디자이너 맷 단튼은 "트랭퀼리티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우주에서 바라보는 고요한 지구가 떠오른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일까, 웅장한 외관과 달리 내부에서는 평온함이 느껴진다. 방사선이 우주 상공을 통과할 때 생기는 그림자의 모습을 형상화한 대쉬보드에는 고반사율 스테인리스강과 우주등급 알루미늄에 24캐럿 금까지 입혀졌다.
여기에 운석까지 넣었다. 1906년 스웨던 키루나에 떨어진 무오니오날루스타 운석에서 추출한 광물을 센터페시아에 장착된 볼륨 조절기에 적용했다.
실내 공간 전체를 덮는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와 비스포크 테크니컬 시계, 황금 포인트가 가미된 환희의 여신상은 황금과 증기로 연마되고 각인된 티타늄으로 만들어져 차량의 모티프가 된 우주를 연상시킨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구현해 최대의 만족감을 선사하는 롤스로이스. 1906년 설립 이래 최고의 자리를 지켜온 이유는 창업자 헨리 로이스의 단순하지만 강력한 원칙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현존하는 최고를 취하라, 그리고 더 나은 것을 만들어라. 최고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직접 설계하라."
사진 / 이순민 기자, 롤스로이스모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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