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BMW의 로고가 양식화된 프로펠러 형태라고 믿지만 사실은 조금 다릅니다”
브랜드 로고에 대해 프레드 제이콥스 BMW 그룹 클래식 아카이브 디렉터는 직접적인 대답을 피했다. 대신 그는 BMW 브랜드 로고가 프로펠러일 수도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프로펠러가 아니라고 말하며 100년이 넘는 그룹의 역사 이야기를 시작했다.
브랜드의 기원
제1차 세계대전으로 혼란했던 1916년, 오스트리아 출신 기술자 프란츠 요세프 포프는 항공기 엔진 제조사인 라프 모토렌 베르케(Rapp Motorenwerke)를 인수하게 된다. 그리고 이듬해 ‘바이에리셰 모토렌 베르케(Bayerische Motoren Werke)’로 사명을 변경한다. 그렇게 현재 우리가 BMW로 알고 있는 신생 기업이 탄생했다.
하지만 상업적 등록까지 마친 BMW는 기업을 상징하는 로고나 심볼이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당시 독일 공군 항공기 엔진 생산과 관리를 비롯해 농업용 기기와 보트 엔진의 출시에 집중하던 BMW는 일반인 대상으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체성이 담긴 로고
라프 모토렌 베르케에서 BMW로 사명을 변경했던 1917년 가을, 신생 기업은 드디어 정체성을 담은 로고를 발표한다. 프란츠 요세프 포프가 인수했던 라프 모토렌 베르케는 둥근 모양의 로고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계승해 바깥쪽 링에 금색을 입히고 BMW를 새겨 넣었다. 아울러 회사가 위치했던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의 상징도 담았다. 파란색과 흰색은 바이에른 주를 대변하는 색상이었는데, BMW는 좌측 상단부터 파란색과 흰색을 둥근 모양의 로고에 채워 넣었다.
세계 경제 위기가 시작되던 1929년, BMW는 프랫 앤 휘트니(Pratt&Whitney)의 라이선스를 얻어 제작했던 신규 항공기 엔진을 광고한 적이 있다. BMW는 항공기 제작회사로서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해 하늘을 날고 있는 비행기 전면의 프로펠러에 브랜드 로고를 적용시켰다. 이 성공적인 광고를 통해 브랜드 로고가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BMW의 로고가 프로펠러에서 기인했다는 이야기가 퍼지게 됐다.
퍼블리시티 스턴트
그러한 근거 없는 믿음에 힘을 실어준 것은 다름 아닌 BMW였다. 1942년 BMW는 회사 사보와 자체 출판물의 항공기 엔진 뉴스를 통해 브랜드 로고가 회전하는 프로펠러에서 유래했다는 견해를 지지하는 내용을 전했다. 프로펠러 위에 겹쳐진 브랜드 로고가 담긴 삽화까지 게재되자 프로펠러 기원설은 더 큰 설득력을 얻게 됐다. 그 이후에도 BMW는 이러한 해석에 대해 굳이 나서서 해명하지 않았다.
프레드 제이콥스 아카이브 디렉터는 “꽤 오랫동안 BMW는 로고가 사실은 프로펠러가 아니라고 해명하지 않았다”며, “프로펠러 설은 자생적으로 퍼진 전설적인 이야기로 9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져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입증된 해석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BMW 로고에 대한 이야기는 전설을 토대로 퍼져나갔고, 그 전설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세간의 이목을 끌기 위해 특정한 상황을 의도적으로 연출했던 BMW의 퍼블리시티 스턴트 전략이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겠다.
파격적인 변화
1917년 브랜드 로고가 탄생한 이후, 1997년까지 4번에 걸친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23년 만에 모빌리티의 미래를 상징하는 새로운 브랜드 레이아웃이 발표되던 날, BMW의 로고는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변화를 보여줬다. 검은색 테두리는 하얗게 변했고 3차원 효과를 강조하던 배경은 투명해졌다. 새로운 로고는 기존 로고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용될 예정이다.
옌스 티머 BMW 브랜드 수석 부사장은 새로운 브랜드 로고 공개 당시 “BMW는 이제 관계를 중시하는 브랜드로 도약할 것”이라며, “로고를 감싸던 검은색의 테두리가 사라지면서 개방성과 투명성이 더욱 강조된 것이 특징이다”고 말했다.
미래 이동성을 향한 도전과 혁신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진행된 CES 2020에서 전자제품 및 콘텐츠 업체 소니는 전기차 비전-S를 선보였다. 당시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사장은 “지난 10년의 트렌드가 모바일이었다면 다음 메가트렌드는 모빌리티”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기업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자동차 또한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거주성과 연결성이 한층 강화된 모빌리티로 진화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러한 변화 속에 브랜드를 대변할 CI를 재단장한 BMW 그룹의 전략도 일맥상통한다. 아름다움과 기술적 진보를 구현하는 미래 모빌리티로의 전환에 맞서 BMW그룹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 시작은 BMW 콘셉트 i4였다.
절제된 비주얼과 유연한 그래픽을 바탕으로 제작된 새로운 로고는 온/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제외하고, BMW 콘셉트 i4에 최초로 적용됐다. 그룹이 추구하는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비전이 담긴 가장 진보적인 차량의 전면에 부착된 단순한 엠블럼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냈다. 특히 투명한 배경의 엠블럼은 순수 전기 구동의 파워트레인을 갖춘 차량의 미래지향적인 특징과 친환경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탁월한 엔지니어링 기술과 시대를 앞서가는 선제적인 대응으로 BMW는 끊임없이 진화했다. 항공기 엔진 제조사에서 오토바이와 자동차까지 영향력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특히 SAV라는 새로운 세그먼트 개발과 미래 이동수단을 위한 i 브랜드 등 선도적인 위치에서도 혁신을 멈추지 않았다. 미래 이동성에 대한 그룹의 비전이 담긴 새로운 브랜드 로고와 함께 앞으로도 BMW가 변함없이 구현할 진정한 운전의 즐거움이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 / BMW Automotive Life, BMW Press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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