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승차감, 여유로운 공간, 준수한 연비, 적절한 가격을 내새워 국내에서 꾸준한 인기를 이어왔던 렉서스 ES가 완전변경을 거쳐 7세대 모델로 돌아왔다. 기존보다 역동적인 과감한 디자인을 적용하고, 새롭게 개발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ES 300h를 만나봤다.
브랜드의 기함인 LS와 패밀리룩을 공유한 ES의 모습은 기존 모델과 전체적인 느낌은 비슷하지만, 날카로운 디자인 터치를 통해 샤프하고 강인한 인상으로 변모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범퍼와 그릴로 이어지는 굴곡, 좌우로 길게 뻗은 헤드램프까지 또렷하고 명료한 이미지를 표현한다.
길어지고 낮아진 차체는 상당히 날렵해 보인다. 국산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와 비교하면 전장은 45mm 더 길고 전고는 25mm 더 낮다. 부드러운 선의 흐름으로 기교 없이 완성된 측면은 시각적인 안정감을 더한다. 후면 리어스포일러는 두툼한 반원 형태로 멋을 냈고, 트렁크 리드와 이어진 하단을 비워둔 독특한 형태로 완성되어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실내는 렉서스 특유의 아늑함과 포근함으로 가득하다. 12.3인치 대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은 분할이 가능해 한눈에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지만, 터치스크린 방식이 지원되지 않아 사용하기 불편하다. 1열 시트는 기존보다 등받이 부분이 깊숙하게 파여 몸을 안정적으로 지지해주며, 가죽 소재도 상당히 부드럽고 고급스럽다.
2열은 무릎 공간이 충분하고 키 큰 성인 남성이 앉아도 부족하지 않다. 아쉬운 부분은 등받이의 각도. 기존 모델보다 곧추선 형태여서 착석감이 떨어진다. ES는 가족과 함께 타는 패밀리카로도 인기가 높기 때문에 추후 무릎 공간을 줄여서라도 등받이 각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ES 300h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신형 2.5리터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의 결합으로 합산 최고출력 218마력, 최대토크 22.5kg.m를 발휘하며 무단변속기와 짝을 이룬다. 출력은 이전 모델과 큰 차이가 없지만, 전반적인 주행질감은 완전히 달라진 것이 특징이다.
ES 특유의 부드럽고 편안한 승차감은 사라지고, 독일제 스포츠 세단을 흉내 낸 듯 꽤나 단단하고 스포티한 하체 세팅이 느껴진다. 수많은 자동차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매력이 있듯, 렉서스 ES만의 안락하고 여유로운 주행질감은 분명 차별화된 강점이었지만, 그러한 본연의 정체성을 희석시킨 의도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전반적인 주행성능은 확실히 개선됐다. 랙타입 스티어링 시스템을 적용해 조향성이 정밀해졌고, 서스펜션 감쇠력을 세밀하게 조정해 노면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은 기존보다 뛰어나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ES를 선호했던 이유가 편안함과 안락함 때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포티한 성격으로의 급진적인 변화는 당황스럽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의 반응은 기존보다 확실히 개선됐다. 브레이크는 부드러운 성향이며, 급제동 시에도 충분한 제동력을 발휘한다. 그밖에 다양한 주행 안전 보조장비를 모든 트림에 차별 없이 적용한 것은 인상적이다.
연비는 17.0km/L라는 제원표의 수치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하이브리드 명가답게 충분히 우수하다. 급격한 가속과 감속을 번갈아가며 가혹하게 테스트했음에도 평균연비가 14.0km/L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현대인들이 집밥 같은 가정식 백반집을 찾아가는 이유는 조미료를 과하게 사용한 자극적인 맛이 아니기 때문이다. 7세대 ES는 본연의 맛을 과감히 탈피해 새로운 맛을 추구했기 때문에 그 맛을 시식하기 위한 구매 전 시승은 필수적이다. 경쟁 차종 대비 절묘했던 가격대에서 벗어난 높아진 가격을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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